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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법의 감옥
오늘의 마음
 

가정법의 감옥

      
영어 시간에 문법을 배울 때 유난히

마음에 와닿았던 표현이 있습니다.



‘Should have pp’ (~했어야 했는데)



과거의 일을 후회할 때 쓰는 대표적인 표현이죠.




'그때 내가 OO했더라면'

'그때 내가 OO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가정법을 전제로

현재가 아닌 과거에 

마음을 묶어두는 순간이 많기 때문이겠죠.


    
아이들에게 ET 할아버지라 불리며

평생을 대안교육과 사회복지운동에 힘썼던

고 채규철 선생은 우리가 사는 데는

두 개의 ‘F’가 필요하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Forget (잊어라), Forgive (용서해라)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지나간 일과

지난날의 나를 잠시 내려두고, 

용서하면 어떨까요.
    
‘~했다면’, ‘~하지 않았다면’과

같은 말을 전제하는 것은

눈앞에 놓인 현실이 아닌

눈앞에 없는 상황을 그리워하는 것이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르는 일은

과거를 과거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윤이형의 소설집 《작은마음동호회》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약속해, 어떤 가정법도 사용하지 않기로.

그때 무언가를 했더라면, 

혹은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말들로 우리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로 해.




가정법은 감옥이야.

그걸로는 어디에도 닿을 수가 없어.

나는 현재를 살 거야.

과거의 형벌을, 

잘못 내린 선택의 총합을 살지 않을 거야.




기억이라는 보석 속에 갇혀서 빛나는

과거의 잔여물을 되새김질만 하지도 않을 거야.

오직 한 번뿐인 현재를 살 거야. 지금을."





지난날의 실수로 스스로를 비하하기보다는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미래를 준비하는 것,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일 거예요.



나를 괴롭히는 가정법의 감옥에서 나오세요.



지금의 내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은

행복의 재료를 쌓는 시작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