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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 암 가는 길
오늘의 마음
 

향일암 가는 길

         
‘바다의 작가’라 불리는

소설가 한승원은 남해의 바다를

신화적 시공이자, 깨달음의 바다,

화엄의 바다라고 표현했습니다.


광대무변하면서도

삶과 죽음이 교차한다는 뜻에서 말이죠.
    
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원효대사가 세운 향일암이 있습니다.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으로

해돋이 명소로 알려져 종교와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암자에 이르려면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야 하는데요.
 
이 비탈길에서

웃는 표정의 부처상들을 만나게 됩니다.
                  
입을 가리고, 귀를 막고,

눈을 가린 작은 부처상들에는

각각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해요.
 
보고, 듣고, 말하기를 주의하라는

법구경의 구절을 의미하는 것이죠.
                  
“나쁜 말을 하지 말라.

험한 말은 필경에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

악담은 돌고 돌아

고통을 몰고

끝내는 나에게 되돌아오니

항상 옳은 말을 배워 익혀야 하리.”


               
“산 위의 큰 바위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도

평정을 잃지 않는다.”
                  
“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고

남이 행하고 행하지 않음을

보려 하지 말라.

항상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옳고 그름을 살펴야 하리.”


-법구경-
       
암자가 아니더라도

등산과 같이 가파른 산길이나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한 걸음, 한 걸음

누구나 수행자의 마음이 되어

길을 오르게 되죠.
    
특히 불언(不言), 불문(不問),

불견(不見)을 뜻하는 동자석상과

몸을 낮추고 머리를 숙여야만 지날 수 있는

석문이 즐비한 ‘향일암 가는 길’은

겸손함을 배우는 길처럼 느껴집니다.


 
어느덧 날씨가 꽤 쌀쌀해졌죠.

곧 겨울이 찾아오고, 연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마음으로 

해맞이를 하러 이곳에 모일 것입니다.
    
향일암 가는 길은

바다를 눈에 담아가는 것은 물론,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자

어느 노승의 담담한 가르침을 통해

마음의 여백을 채워가는 시간이 될 거예요.